인간이라면, 어느 정도 성숙한 의식을 지닌 성인이라면, 자신이 살아가면서 어떠한 행동을 하고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명확한 기준과도 같은 신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일관되게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와 반수를 거치면서 그러한 신념의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고, 지금도 그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다우트라는 영화를 보면서 인물들의 신념과 그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식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게 되었고 인물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인물들의 이중성이다. 영화 초반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하는 인물들의 확고한 모습에 비해 사건이 벌어지고 후반부로 갈수록, 이중적이고 혼란스러운 면모들이 눈에 띄었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인물간의 대립과 각 인물들의 성격과 성향의 대비가 두드러지지만 그 보다도 인물 하나하나의 면면에서 드러나는 자기모순적인 모습들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가장 뚜렷한 캐릭터를 지닌 알로이시스 수녀. 그녀의 이중성을 살펴보자. 그녀는 엄격한 원칙주의자이다. 학칙을 조금이라도 어기는 학생들에게 가차 없이 벌을 내리며 그 학칙 내지는 종교적인 수칙들을 가지고 수녀들과 신부들까지 깐깐하게 간섭하려 든다. 그러나 이런 알로이시스 수녀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장면이 있다.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하게 된 한 노수녀님이 등장하는데, 길에서 나뭇가지에 부딪혀 피까지 흘리게 된 수녀님을 두고, 눈이 안보이게 되면 상부에 보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알로이시스 수녀는 그녀를 보호해 준다. 뿐만 아니라 제임스 수녀에게도 노수녀님을 잘 보살펴 드리되 발설하지 않도록 신신당부까지 하는 장면들을 보면 그토록 원칙주의를 외치던 그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이중적인 면을 더 살펴보자. 그녀는 원장수녀로서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수녀로서의 정체성 자체에 허점을 안고 있다. 그녀는 수녀가 되기 전 결혼을 했던 것이다. 완고했던 그녀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게 만들었던 이 고백은 플린 신부와 갈등의 정점에서 내뱉는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대사와 오버랩되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대사는 비록 플린 신부를 향한 것이었지만, ‘당신은 인간적인 잘못을 저지른 적이 한 번도 없습니까?’라고 절규하는 플린 신부에게 당당할 수만은 없는 그녀의 이면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알로이시스 수녀뿐만 아니라 플린 신부의 이중성도 만만찮다. 강론하는 장면에서는 권위 있고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학생과 수녀들에겐 다정다감하고 너그러우며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것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그는 다른 신부들과의 식사에서 수녀들과는 사뭇 다른 탐욕적인 성찬에 저속한 농담을 나누기도 하고, 알로이시스 수녀를 비난하는 내용의 강론으로 치졸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게다가 알로이시스 수녀의 추궁에 이전 교구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것을 간접적으로 자백하게 되기도 한다.

제임스 수녀는 어떠한가? 그녀는 정체성이 확고하지 못한 모습으로 이중성을 넘어 매우 혼란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자유롭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하지만, 나중에는 마치 알로이시스 수녀처럼 학생을 다그치더니 결국엔 다시 그 학생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플린 신부를 맨 처음 고발하였으면서도 플린 신부가 결백하길 바라는 모습도 그녀의 이중성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인물들의 극적인 이중성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런 단어가 떠올랐다. ‘인간적’이다. 이중성의 부정적 느낌을 지우고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고뇌의 겉모습이 이중성이라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영화 초반에 인물들은 각자의 신념에 따라 살아간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고 그들 자신조차 변하게 되어 맨 처음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했던 그대로를 더 이상 밀고나갈 명분이 없다는 것을 느낄 때, 자신의 일관되지 못함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는 것이다. 확고한 신념이란 이상에 불과한 것이며, 결국엔 믿음을 의심하고 회의하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이러한 피드백은 삶이 이어지는 한 끝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이중성은 결국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덧글
해피다다 2010/05/16 00:03 # 답글
정말 공감합니다...인간적이란 말은 정말 여러가지 뜻을 담고있습니다...